[2023 수강후기] 문학 문제 풀이법의 착각: 물음표가 쌓이면 안 된다

[2023 수강후기] 2025-02-14
수능 국어를 망치고 나서
 
저는 올해 수능 국어를 망했습니다. 1등급 컷이 83점 정도로 예측되고 있는 현재, 저의 가채점 결과는 84점입니다. 심지어 시간이 부족해 가채점표를 현장에서 작성하지 못했기에 이마저도 불확실한 점수입니다. 1교시가 끝나고 저는 국어를 망쳤다는 것을 직감했고, 겨우겨우 시험을 끝내고 학사로 돌아왔습니다. 4시간 동안 제 망한 점수를 볼 자신이 없어 가채점하는 것을 회피하다가 10시쯤 국어를 채점하고 약 10분간 멍한 상태로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당시 폰 메모장에 썼던 일기가 있는데, ‘어쩌지죽고 싶다로 도배되어있네요. 꽤 좋은 의대를 걸고 반수했던 저는 국어 백분위가 적어도 98 이상은 되어야 학교를 옮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1컷에 근접한 국어 점수를 보고 모든 희망을 잃었습니다.
84점이라는 점수 때문에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저는 시대에서 반수를 하는 내내 국어에서 백분위가 99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서바이벌과 상상은 90점 중후반대의 점수를 유지했고, 이감은 중간쯤부터 98점과 100점을 번갈아가며 받았기에 다른 과목은 몰라도 국어에 대한 자신감은 굉장히 컸습니다. 심지어 작년 수능에서 96, 올해 9평에서 100점을 받으며 사설뿐만 아니라 평가원에도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에 처음 제 국어 점수를 보고 너무 억울했습니다. 반년 동안 정말 국어에 자신 있었고 성적도 잘 나왔는데, 왜 수능만 못 봤을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하지만 좌절의 시간도 곧 지나갔고, 수능, 특히 국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계속해서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회피하던 저도 현실을 마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제가 반년 동안 잘못했던 것들을 점차 깨닫게 되었고, 여러분들은 저처럼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비문학입니다. 제가 비문학을 망한 요인은 크게 글 읽는 방식과 문제 푸는 방식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다 문제네요..) 먼저 글 읽는 방식입니다. 유신쌤의 3원리 수업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저는 유신쌤의 독해법을 흡수하여 글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읽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쉬운 비문학 기조에 사설은 비문학을 쉽게 출제했고, 이에 익숙해진 저는 대충 글을 읽으며 전체 내용을 암기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을 계속해서 이용했습니다. 글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겉핥기식으로 내용을 외우고 문제로 넘어갔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 문제를 풀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단순 내용일치 문제까지는 어찌어찌 풀어도 글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들은 해결하기 어려웠습니다.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글로 돌아가면 이 부분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설은 겉핥기식으로 읽어도 결국에는 풀리는 문제를 내기 때문입니다. 9월 평가원의 인문 복합 지문에서 두세 문제 정도를 사실상 찍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야 했지만 하필 제가 찍은 것이 모두 정답이었고, ‘9평과 수능이 완전히 비슷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에 이 또한 그냥 넘어갔습니다.
다음으로 문학입니다. 비문학에서 글을 읽었던 시기가 있었듯이, 문학에서도 문제를 푸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9평 이후였습니다. 그때부터는 신기하게도 시간을 많이 쏟지 않고도 사설과 옛기출을 가리지 않고 제가 고르는 것이 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문학에서 오답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학도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에서는 문제가 쌓여가는 중이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문학을 풀 때 제대로푼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대신 저는 가장 적절한’, ‘가장 적절하지 않은것을 고르는 문학의 특징을 이용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완전히 맞는 것은 o, 완전히 틀린 것은 x, 맞는 것 같으면 o?, 틀린 것 같으면 x?, 잘 모르겠으면 ?을 표시했습니다. 이렇게까지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문학에서 항상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문제는 제가 너무확신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푼 문제를 보면, ox는 거의 없습니다. 항상 수많은 물음표들만이 선지 뒤에 있습니다. 심할 때는 5개의 선지 옆에 모두 물음표가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 저는 선지 하나하나를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냥 맞는 것 같은데?’, ‘틀린 거 아닌가?’ 하고 대충대충 추측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런 식으로 풀었을 때 짧은 시간 내에 항상 맞는 답을 골랐다는 것이고, 하필 수능 때 쌓여왔던 문제가 터지면서 맞는 답을 고르지 못한 것입니다.
쓰다 보니 허무함과 자괴감이 몰려와서 흥분하는 바람에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ㅎㅎ 그래도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보이면 바로바로 고치세요. 회피하지 마세요. 수능 후에 후회하면 늦습니다. 수능까지 얼마나 남았든, 이후에 돌이켜보면 많이 남았던 거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마지막으로 수험생활이 많이 힘들더라도 수능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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