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강후기] 고려대생의 이중생활 수험기

[2023 수강후기] 2025-02-14
나의 0.8수 스토리
 
0. 서론(?)

수험생활 스토리에 앞서 간단하게 나를 소개하자면, 나는 현역 23학년도 수능으로 고려대 공과대학에 입학한 후, 20236월에 시대인재 목동 W 반수반에 들어와 24학년도 수능을 치르고 온 반수생이다. 평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을 즐겨하지는 않는데, 올해 파이널 기간에 실린 유신쌤의 강사수기를 정말 재밌게 읽어보며, 이렇게 나의 기록을 남기는게 나 스스로에게도 참 의미있는 유산일 것 같았고, 나의 이야기가 후배들에게도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올해 반수보다는 긴, 재수보다는 짧은 그 중간 정도의 수험생활을 보냈는데, 그 사이에 있었던 많은 우여곡절, 약간의 대학생활, 그리고 수능 공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1. 호락호락하지 않던 현역 의대

우선 나는 서울의 평범한 일반고등학교 출신으로, 1점 초반 대의 나름 높은 내신으로 고등학교 3년을 마무리 지었고, 현역 수시 카드로 의대 4장과 치대 2장을 썼었다. 당시 나의 목표는 수능최저 (보통 3445)를 어떻게든 맞춰서 메디컬을 가자는 것이었는데, 국어는 꽤나 안정적으로 백분위 98정도가 나왔던 반면, 수학은 1~2등급을 요동쳤고, 과탐(화학1, 생명과학1) 역시나 시대인재 컨텐츠로 무장한 n수생들을 이기기에는 부족해서 1~2 등급을 진동했던 것 같다. 그렇게 불안한 상황에서 23학년도 수능을 치루게 되었는데, 운이 좋게도 과탐에서 실수도 안하고 찍어서 맞는 문제도 하나씩 있었고..! 덕분에 122116장 중 1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최저를 맞춘 상황이 되었다. 이후 면접 2개를 준비해야했고, 나의 작년 수시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입시가 거기서 끝나지는 못했다. 최종 예비 3번까지 갔던 학교도 2개나 있었지만, 결국 합격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정말정말 충격의 6광탈이었고, 나는 입시의 벽을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6광탈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내가 해야했던 것은 정시원서 접수였다. 당시 영어와 수학때문에 메디컬 경쟁력은 낮았던 나의 정시 성적으로는 영어 2등급 감점이 비교적 적은 고려대학교가 최적의 학교였다. , 아무래도 반수를 생각할 수 밖에 없던 당시 상황에서는 송도 유배(^^)를 가야했던 연세대보다는 고대가 더 낫다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쌩재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입시에 지쳐있던 나는 내가 고등학교 3년을 힘들게 공부했는데 또 1년을 더한다고?’하는 생각에 절대 재수는 못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좁은 세상에서 재수는 고등학교 때 공부 잘 못해서 1년 꿇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대인재에서 반수를 하며 주변 학생들을 보니 객관적으로 정말 다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었고, 그럼에도 더 높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멋있는 학생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정시 원서를 고민하던 당시에 했던 그 어리석은 생각이 지금에 와서는 조금 후회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안정으로 썼던 고려대 공대에 붙게 되었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지만 그렇게 나의 23학년도 입시는 정말 끝이 나게 되었다.
 
 
2. 고대생의 이중생활 (with 옆동네 학원)
 
2212월 말에 정시 원서 접수를 모두 마치고, 나는 다니던 학원의 알바도 하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보면서 1월을 보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반수 생각이 있었던 나는 수능공부의 감은 살려 놓겠다는 생각에 23수능에서 2등급을 받았던 수학과 영어 과목만은 틈틈히 공부를 했었다. 수학은 주로 실전 개념강의와 쉬운 N제를 가볍게 풀자는 계획이었고, 영어는 짬시간에 단어만 외우자는 생각이었는데, 계획한 만큼 많이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기초부터 돌아간 느낌이라서 정리도 잘 됐고, 공부량이 많지는 않았기에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2월에는 설 연휴도 있고, OT와 새내기 배움터, 수강신청 등의 학교 행사들도 있었기에 들뜬 마음으로 보내다보니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특히, 새내기 배움터는 내가 술을 잘하지 못하는 편인데도 정말 재미있었고, 다양한 인맥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서 꼭 다녀오기를 강추한다. , 그리고 수강신청에 대해 말하자면..일단 결과는 망했다ㅠ. 전날 뻔선(같은 학번의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완벽한 계획 3개정도를 짠 나는, 근자감을 가지고 집 근처 피씨방에 갔다. 그리고 서버의 정확한 시간?을 보여주는 네이비즘이라는 사이트를 딱 켜고 10시 땡 하자마자 바로 광클을 했는데, 고대생들 순발력이 진짜 말이 안된다. 그렇게 처음 신청했던 강의가 처참하게 실패하자, 2번째 계획으로 바로 수정해서 신청을 했는데, 역시나 이미 다 수강신청이 끝나있었다. 그렇게 몇 번 더 시도했는데, 진짜 다 실패해서,,ㅋㅋㅋㅋ 진짜 거의 모든 강의를 주워담았던 것 같다. 그나마 내가 반수 때문에 수업 하나를 드랍해서 시간표가 외관상으로는 괜찮긴했는데, 자신만만했던 내게 이 경험은 너무 충격이었다 ㅋㅋㅋ.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는 10시 땡 하자마자 사이트를 전환하고 클릭을 했었는데, 이 과정 때문에 1초정도 딜레이가 있지 않았나 싶다. 다음에는 창 두 개를 반반으로 해서 동시에 띄워놓고 신청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3월이 되었고, 나의 대학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내가 신청했던 대면 수업은 화학, 물리, 자유정의진리, 영어, 글쓰기로 5과목이었는데, 어쩌다보니 4월부터는 자유정의진리와 영어수업만 남게 되었다..ㅋㅋㅋ 다른 과목들은 시험과 과제가 꽤 쉽지 않았는데, 자유정의진리나 영어수업은 수업 방식도 토론 방식이라서 재미있었고, 같이 수업 듣는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결국 학사경고를 받기는 했었지만..그래도 자유정의진리와 영어 수업만은 열심히 챙겨서 A+A를 받았고, 꽤나 뿌듯한 경험이었다. 특히, 자유정의진리 수업이 정말 기억에 남는데, 이 수업은 원래도 고려대의 시그니처 교양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했어서 기대를 하고 있던 수업이었다. 이 수업의 모든 활동은 다양한 전공 학생들과의 팀플로 이루어지는데, 6개의 주제를 각 조들이 발표하고, 다른 조들이 이에 대해 토론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이 수업의 주된 방식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 조원들과 매우 어색하기도 했고, 토론하는 수업 방식이 익숙치 않아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조원들과 함께 발표를 준비하며 술도 마시고, 인생네컷도 찍으면서 서로 매우 가까워질 수 있었다. 좋은 조원들과 함께하니 더욱 이 수업이 좋아졌던 것 같고, 교수님도 우리 조가 서로 가까워지며 성과를 내는 모습에 좋은 평가를 주셨던 것 같다.
짧았던 3개월의 대학생활 중 또 가장 좋았던 추억을 꼽자면, 뭐니뭐니해도 합동응원전과 축제일 것이다. 올해 합동 응원전은 고려대학교 녹지운동장에서 진행이 되었었는데, 말로만 듣던 고연전을 실제로 참여하게 된 것이 정말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새내기 배움터에서 처음 응원을 배울 때에도 고뽕(?)이 차올랐었는데, 연대생들 옆에서 서로 응원전을 벌이니 순간 반수생인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목이 쉬어라 응원가를 불렀던 것 같다. 특히, 유튜브에서만 보던 민족의 아리아 떼창 현장에 있어보니 정말 소름이 돋았고, 그 여운이 가시지를 않았었다. 그리고 2달정도 뒤,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축제 주간이 왔다. 축제는 4일동안 석탑 대동제라는 이름의 축제(다른 대학들의 축제와 같은 개념)를 진행하고, 마지막 금요일에는 입실렌티라는 이름의 축제를 진행했는데, 평소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콘서트는 거의 못 갔었기에 나에게 이 축제 기간은 매우 설렜었다. 기대했던 만큼, 지코, 박재범, 있지, (여자) 아이들, 선미, YB, 멜로망스 등등 20팀도 넘는 엄청난 라인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축제 5일중에 4일을 풀참했었다 ㅋㅋㅋ. 평소 수업들으러 5일중에 2일만 학교를 갔었는데 축제 기간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ㅎ 그리고 축제의 또다른 묘미는 주점이었는데, 술을 팔지는 않지만 그래도 각 학과의 특색있는 안주들이 있어 친구들과 함께 막차 직전까지 즐기다가 나왔었다.
이렇게 행복했던 대학 생활의 이면에, 나에게는 또다른 생활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옆동네(?) 학원인, 강대 본관에서의 2월 야간반 생활이었다. 1월에 반수를 시작하면서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강대에서 반수생들을 위한 2월 야간반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마침 라이브러리 비용을 포함한 장학금의 커트라인이 백분위합 290이었고, 내가 290.5라서 교재비 말고는 돈도 크게 들이지 않을 수 있던 반이었다. 특히, 수업도 국어와 수학말고는 자율 자습이었기에, 공부의 감을 잃지 않으면서 대학생활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메리트였다. 그래서 나는 월 수에는 고대를 가고 화 목에는 강대를 가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고, 6월 종강까지 거의 완벽하게 실천을 했었다. 강대 본관에서는 수업은 국어와 수학의 기초적인 부분들을 다시 다지는 느낌으로 들었었고, 라이브러리에서 수학 컨텐츠 양치기에 중점을 맞추고 공부를 했었다. 수업은 국어 쌤들이 좀 유명하신 분들이셔서 관심 갖고 들었었는데, 특히 고광수 쌤의 풀이를 체화하고는 싶었지만 생각보다는 많이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강대 본관의 분위기는 당시 재종을 처음 가봤던 내가 느낄 때는 나름 관리도 해주는 것 같고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나중에 시대에 와서 보니 강대의 분위기는 거의 학교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로운 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ㅋㅋㅋ. 물론 그래서 시대에서는 좀 답답함을 느낀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대화 금지같은 빡빡한 규정들이 시대인재가 최상위권 n수생들을 모두 흡수할 수 있던 정말 큰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나의 1학기 생활이 나름 대학생활과 수험생활을 모두 잡은 알찬 생활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만 정말 스트레스 받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우선 주변 동기들에게 반수를 숨겨야 되는 부분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학교 행사에서 동기들을 처음 보면 어색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입시 이야기도 하고 혹시 반수 생각 있냐는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이런 질문이 정말 어려워서 어색하게 그냥 고민중이다,,정도로만 대답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친해진 형에게 들어보니, 내가 그렇게 대답하는거 듣자마자 얘는 무조건 반수하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ㅋㅋㅋㅋ. 암튼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이게 워낙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친한 동기들끼리만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반수하는 것도 까게 되고, 주변 동기들이 다들 워낙 착했어서 반수한다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고 같이 재밌게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휴학해서 들어보니, 진짜 반수 안 할 것 같은 사람들도 엄청 반수하러 많이 갔다고 하는데 정말 놀랐었다. (심지어 시대 같은 반에 같은 과 동기만 두 명..) 이것 말고도 주변 사람들이 다들 자유로운 생활을 하니까 나도 같이 놀고 싶고 하는 유혹들도 정말 힘들었는데, 그나마 내가 인싸 같은 성격이 아니라서 그런 분위기에 크게 휩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미팅은, 남중남고였던 나에게 로망같은 자리여서, 두 번정도 나갔었는데,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동기 친구들과 다른 또래 이성 분들과 술자리를 가져보는게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서 꼭 해보는 걸 추천한다..! 커플로서 잘되는 케이스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데, 운만 좋으면 그 자리 분위기도 되게 재밌고, 특히 같이 간 동기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새터 당시 고대생들의 미친 주량 >  

 
 
 

합동응원전에서의 민족의 아리아 떼창> 
 

 

 
3개의 학생증> 
 
 
3. 시대인재에서의 5개월

재밌었던 1학기가 끝나고, 23619일에 처음 시대인재 목동 w관에 입성을 했다. 앞으로의 미래는 모른 채,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도 하고, 그 유명한 시대인재 재종에 간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꽤나 설렜던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 라인업도 워낙 중요하다고 들었어서 누가 들어오실지 정말 떨리기도 했었다. 그렇게 처음 학생증을 받고, 폰을 제출하고, 라이브러리에 들어갔는데, 책상에는 나의 시간표와 행동수칙 같은 종이 여러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의 반도 확인하고, 여러 선생님들도 확인했는데 강기원 쌤이나 안가람 쌤, 유신 쌤처럼 입소문으로 들어봤던 선생님들이 있어서 기분이 더 들떴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바로 첫 수업이 아마 안가람 쌤의 수열 수업이었던 것 같은데, 풀이가 정말 깔끔하고 지금까지의 여러 풀이법들이 정리되는 느낌이어서 매우 좋았다. 그 수업을 시작으로 김강민 쌤, 강기원 쌤, 유신 쌤, 황용일 쌤 등 모두 처음 수업을 들어봤는데, 나에게 정말 잘 맞는 수업들이었고, 돌아보니 자습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특히, 국어 같은 경우에는 유신 쌤과 황용일 쌤 모두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체화가 잘 안되었어서, 그리고 당시에는 반수라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그냥 내 스타일대로 가야겠다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도 수업을 꾸준히 듣다보니 어느 순간 문제 풀 때 쌤들의 팁을 하나 하나 사용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신 쌤의 경우는 문두스캔과 서론을 통한 예측하기를 체화했을 때가 가장 큰 효과를 봤던 것 같은데, 체화하는 팁으로는 3원리 수업 내용 복습과, 주간지에서의 평가원 기출들을 풀고 유신 쌤 해설을 보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리트 지문보다는 평가원 기출들을 통해 더 쉽게 유신 쌤의 글 읽기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황용일 쌤은 뭔가 평소에는 감으로 풀었던 문학 문제들을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풀 수 있게 해주셨던 것 같고, 특히 올해 선지에서 변별력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황용일 쌤의 선지 분석이 시간 단축과 정확도에 모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두 선생님 모두 해설지가 정말 자세하다는 점이 가장 좋았었다.
이처럼 시대인재에서 만났던 거의 모든 선생님들의 수업들도 좋았지만, 시대인재하면 아무래도 컨텐츠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대통령께서 수능 관련 발언을 하셨고, 중간에 9월 평가원 시험이 너무 쉽게 나왔어서 시대인재 컨텐츠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올해 수능을 끝나고 들었던 생각은 정말 문제가 서바이벌스러웠다는 것이었다. 물론 국어와 영어는 결이 많이 달랐지만, 수학이나 과학에서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컨텐츠였다. 일단 끊임없이, 과할정도로 컨텐츠가 많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고, 비록 많이 버려져서 아쉽기도 했지만 덕분에 정말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어서 좋았다. 작년에는 오답노트도 꼼꼼하게 쓰고 해서 낭비되는 시간이 많았던 느낌이 있는데, 올해에는 컨텐츠도 많다보니 최대한 양치기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닥치는대로 문제를 풀었었다. (, 국어는 예외. N제나 사설 컨텐츠들은 너무 결이 달랐어서 평가원 기출과 EBS를 위주로 공부했었음. 최근 5년치 평가원은 거의 5회독 이상 with 쌤들의 해설지) 그리고 또 정말 좋았던 것은 부엉이 라이브러리였는데, 물론 이 점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갔던 어느 독서실, 스터디카페보다도 집중이 잘 되던 공간이었다. 일단 주변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점들도 굉장히 힘이 나는 포인트였고, 생담 쌤의 감시 뿐만 아니라 뭔가 주변 친구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이니 더 공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던 환경인 것 같다. 그리고 다들 공감할텐데, 시대인재에 들어오고 몇 달 지나니 주변 학생들의 이름도 모두 외우게 되고 나름 내적 친밀감도 쌓였어서 정말 말 걸고 싶었었다. 결국 걸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시대인재에서의 좋았던 기억들이라면, 당연히 힘들었던 기억들도 많았다. 반수반이다보니 거의 입학을 하자마자 서바이벌 시즌이 되어서 매주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다들 그렇겠지만 정말 이 점수가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다. 특히, 화학1 과목에 나름 자신감이 있었는데 처음에 50점을 맞은 후로 계속 실수를 연발하여 30점대로 점수가 곤두박칠 쳤었는데, 이때 정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김강민 쌤의 질문교실에서 솔루션을 여쭤봤었는데, 그 때 선생님께서 충분히 잘하신다, 급한 것만 좀 줄이시면 될 것 같다. 잘하시니까 너무 걱정 말라는 말씀이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경험을 해보니, 정말 공부는 자신감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고, 다른 과목들에서도 가끔 슬럼프가 오면 조금 더 감정 소모는 덜하고 자신감을 충전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니 금방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생명과학 이종걸 선생님이 종강 때도 말씀하셨지만, 인생이나 시험이나 모두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지나친 감정 소모보다는 냉철한 피드백만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말인 것 같다. 이러한 나의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꽤 있었는데, 평소 일반고에서 전교권에만 있다가 시대인재 S반에서 평균보다도 낮은 점수를 몇 번 받아보니 자존감이 좀 낮아졌던 것 같다. 특히, 수학을 정말 1학기때부터 꾸준히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주변 친구들이 다 100점 시험지를 들고 다니고, 수업시간에도 이미 다 안다는 듯 모두 자습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물론 비교라는 것이 거의 사람의 본능이라고 할 정도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역시 최고의 방법은 최대한 남 생각하지 말고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뒤쳐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꾸준히 한 달, 두 달을 나의 페이스대로 열심히 수업듣고, 문제 풀이도 많이 하다보니 결국에는 작년 수능 80점에서 올해 수능 93점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나고 많은 선생님들과 주변 학생들이 수학 공부는 거의 할 필요가 없다고 했었는데, 나는 그래도 수능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도 하고,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일 3시간 이상은 수학 시간을 확보했던 것 같다. 덕분에 갑작스러운 불수능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스트레스는, 아무래도 불확실성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평소에 그래도 후회없이 공부하자는 생각에 심야자습도 항상 11시까지는 했고, 주말 자습도 항상 나왔었는데,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다보니 혹여나 수능에서 삐끗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더 커졌던 것 같다. 정말 이러한 걱정은 수험생이라면 안 할 수가 없는 걱정일텐데, 그나마 나는 목표가 45인 입장이라서 큰 부담은 아니었지만, 정말 정시가 메인인 분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말 정시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을 하고, 최소 시대인재에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여러분들은 정말 모두 대단하고 멋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험에 가까워질수록 멘탈적인 스트레스가 클텐데, 그동안의 여러분의 노력을 믿는 것이 거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강민 쌤이나, 유신 쌤이나, 황용일 쌤 등 여러 선생님들이 해주신 이야기인데, 물론 수능이 우리 같은 n수생들에게는 인생에서의 가장 큰 목표일 수 있지만, 인생 전체를 봤을 때는 정말 작은 부분이라고 한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공을 이뤄가고 있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도 정말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정말 갈 수 있는 길이 많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느꼈다. 물론 나도 아직은 갈길이 먼, 이제 갓 21살이 되는 사람일 뿐이지만, 여러분들이 이 수능을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기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이를 극복해나가기를 바란다.
 
4. 마치며
 
122일에 마지막 면접을 마치고 와서 급하게 이 글을 쓰느라 사실 너무 두서 없게 쓴 것 같아서 걱정이 많이 되기는 한다 ㅠㅠ 예전부터 꼭 써보고 싶었어서 가끔 급식실에서 밥을 먹으며 뭘 써볼까 하고 상상도 많이 해봤었는데, 막상 이렇게 써보니 생각보다 더 어렵고 하고싶은 말을 많이 못 담은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니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나름 나의 스무살을 알차게 보냈구나 싶기도 하고 재밌는 시간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수를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음을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간관계의 중요함이나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성, 그리고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단골처럼 나오는 인간의 유한성 등등..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1년이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든 올해 1년은 나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고, 후회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꼭 후회없는 수험생활하시고, 빠르게 성불하시고 앞으로 더욱 빛나는 앞날을 마주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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